간경화는 만성 간 질환의 마지막 단계로, 오랜 기간 지속된 간 손상으로 정상적인 간 조직이 딱딱한 섬유 조직으로 변하면서 간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되는 질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만성 B형 간염과 C형 간염, 알코올성 간 질환이 주요 원인이며, 간경화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거나 매우 미미하여 환자 스스로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이 글에서는 간경화의 초기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원인 질환 치료와 합병증 관리,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관리 방법을 제시합니다.
간경화
간경화는 만성적인 간 손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간 조직이 파괴되고 그 자리에 섬유 조직이 형성되면서 간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질환입니다. 건강한 간은 부드럽고 표면이 매끄럽지만, 간경화가 진행되면 간이 울퉁불퉁하고 단단해지며 크기도 줄어듭니다. 간세포가 파괴되면 우리 몸은 이를 회복하려고 하지만, 손상이 반복되면서 정상적인 재생이 아닌 비정상적인 섬유화가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간의 혈관 구조도 뒤틀리면서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게 됩니다. 간으로 들어가는 문맥이라는 혈관의 압력이 증가하는 문맥압항진증이 발생하면 식도 정맥류나 복수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나게 됩니다. 간경화의 진행 정도는 차일드-퓨 점수나 MELD 점수 같은 평가 도구로 측정하는데, 혈중 빌리루빈과 알부민 수치, 프로트롬빈 시간, 복수와 간성뇌증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간 기능 정도를 판단합니다. 간경화는 크게 보상성 간경화와 비보상성 간경화로 구분됩니다. 보상성 간경화는 간 기능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단계로, 남아있는 정상 간세포들이 손상된 부분의 기능을 대신하여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고 증상도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적절한 관리를 통해 진행을 늦추고 비교적 양호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비보상성 간경화는 간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되어 더 이상 정상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단계로, 복수나 정맥류 출혈, 간성뇌증, 황달 같은 합병증이 나타나며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보상성에서 비보상성으로 진행하는 속도는 원인 질환의 종류와 관리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일단 비보상성 단계로 진행하면 5년 생존율이 크게 감소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간경화의 가장 흔한 원인은 만성 B형 간염입니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만성 간염이 지속되면 20년에서 30년에 걸쳐 서서히 간경화로 진행하게 되는데, 과거에는 전체 간경화의 약 70%를 차지했으나 B형 간염 예방접종 확대와 항바이러스 치료 발전으로 최근에는 비율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C형 간염도 간경화의 주요 원인으로, 만성 C형 간염 환자의 약 20%에서 30%가 20년 내에 간경화로 진행합니다. 알코올성 간 질환도 중요한 원인인데, 장기간 과도한 음주는 지방간에서 알코올성 간염을 거쳐 간경화로 발전하며, 최근 서구화된 생활습관과 음주 문화로 인해 알코올성 간경화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도 점차 중요한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는데, 비만이나 당뇨병, 대사증후군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일부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을 거쳐 간경화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자가면역성 간염이나 원발성 담즙성 간경화, 윌슨병 같은 유전성 질환, 약물성 간 손상 등 다양한 원인이 있습니다.
초기 증상
간경화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거나 매우 비특이적인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피로감과 무력감으로, 충분히 쉬어도 쉽게 피곤해지고 기운이 없으며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은 스트레스나 과로, 다른 질환에서도 흔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간경화를 의심하기 어렵습니다. 식욕 부진과 소화불량도 초기부터 나타날 수 있는데,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거나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더부룩한 느낌이 들며, 메스꺼움이나 구토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체중이 서서히 감소하는 경우도 있는데, 식욕 저하와 영양소 대사 장애로 인해 근육량이 줄어들면서 나타납니다. 복부 불편감도 초기 증상 중 하나로, 오른쪽 상복부에 둔한 통증이나 묵직한 느낌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간이 부어서 간을 둘러싼 피막이 늘어나면서 발생합니다. 간경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피부와 눈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간에서 빌리루빈이라는 황색 색소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혈액에 축적되면서 발생하며, 소변 색이 진한 갈색으로 변하고 대변 색이 회백색으로 변하는 증상을 동반합니다. 거미 모양 혈관종이나 손바닥 홍반도 특징적인 소견으로, 몸통이나 얼굴에 거미 모양의 작은 붉은 반점이 생기거나 손바닥이 붉게 변하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남성의 경우 여성형 유방이 발생하거나 고환이 위축되고 체모가 감소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간에서 성호르몬 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간경화의 주요 합병증 중 가장 흔한 것은 복수입니다. 복강 내에 체액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것으로, 문맥압항진증과 알부민 생성 감소, 신장 기능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합니다. 초기에는 복부가 약간 불러오는 정도지만 진행되면 배가 크게 불러오고 배꼽이 튀어나오며 숨쉬기가 불편해집니다. 식도 정맥류는 문맥압이 증가하면서 식도의 혈관이 늘어나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으로,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터지면 대량의 토혈이나 흑색변이 발생하여 생명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간성뇌증은 간에서 암모니아 같은 독성 물질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해 뇌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합병증으로, 초기에는 집중력 저하나 기억력 감퇴, 수면 패턴 변화 정도이지만 악화되면 혼란과 혼미, 혼수상태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간신 증후군은 간경화 환자에서 신장 기능이 급격히 악화되는 상태로, 소변량이 감소하고 부종이 심해지며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은 복수가 있는 환자에서 복강 내 세균 감염이 발생하는 것으로, 발열과 복통, 복부 압통이 나타나며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패혈증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간세포암도 간경화의 중요한 합병증으로, 간경화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간암 발생 위험이 수십 배 높으며 매년 2%에서 5%의 환자에서 간암이 발생합니다.
원인 질환 치료
간경화의 치료는 크게 원인 질환 치료와 합병증 관리, 그리고 간 기능 보존으로 나뉩니다.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B형 간염이 원인인 경우 테노포비르나 엔테카비르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평생 복용하여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면 간 손상 진행을 늦추고 일부는 간 섬유화가 호전되기도 합니다. C형 간염은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로 8주에서 12주 치료하면 95% 이상에서 완치가 가능하며, 완치 후에는 간 기능이 개선되고 합병증 발생 위험이 감소합니다. 알코올성 간경화 환자는 절대적으로 금주해야 하며, 금주만으로도 간 기능이 일부 회복되고 생존율이 크게 향상됩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에 의한 간경화는 체중 감량과 혈당 조절, 규칙적인 운동으로 관리하며, 당뇨병이나 고지혈증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자가면역성 간염은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로 치료하여 간 손상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복수 관리는 저염식과 이뇨제 복용이 기본입니다. 하루 나트륨 섭취를 2그램 이하로 제한하고, 스피로놀락톤과 푸로세마이드 같은 이뇨제를 복용하여 체내 수분을 배출합니다. 이뇨제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복수는 복수 천자를 시행하여 직접 복수를 뽑아내거나, 경정맥 간내 문맥전신 단락술이라는 시술로 문맥압을 낮춥니다. 식도 정맥류 출혈 예방을 위해 베타차단제를 복용하여 문맥압을 낮추고, 정맥류가 크거나 출혈 위험이 높으면 내시경으로 정맥류 결찰술을 시행합니다. 출혈이 발생하면 응급으로 내시경 치료를 시행하고 혈액을 수혈하며, 옥트레오타이드 같은 약물로 문맥압을 낮춥니다. 간성뇌증은 유발 요인을 찾아 교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변비나 감염, 탈수, 과도한 단백질 섭취, 진정제 복용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락툴로스라는 약물을 복용하여 장에서 암모니아 흡수를 줄이고, 리팍시민이라는 항생제를 병용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단백질 섭취를 완전히 제한하는 것은 근육 손실을 초래하므로, 적정량의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되 식물성 단백질 비율을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영양 관리도 매우 중요합니다. 간경화 환자는 근육량이 감소하고 영양 결핍이 흔하므로, 충분한 열량과 단백질을 섭취해야 합니다. 하루 총열량은 체중 1kg당 35칼로리에서 40칼로리, 단백질은 체중 1kg당 1.2그램에서 1.5그램 정도가 권장됩니다. 소량씩 자주 먹는 것이 좋으며, 특히 취침 전 간식을 섭취하면 야간 공복 시간을 줄여 근육 분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비타민A와 D, K, 아연 결핍이 흔하므로 의사와 상담 후 보충제를 복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간에 독성이 있는 약물이나 건강기능식품은 피해야 하며, 아세트아미노펜 같은 일반 진통제도 용량을 제한해야 합니다. 민간요법이나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은 오히려 간 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절대 복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정기적인 검진으로 합병증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데, 3개월에서 6개월마다 혈액 검사와 복부 초음파 검사, 상부 위장관 내시경 검사를 받아 간 기능 변화와 간암 발생, 정맥류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비보상성 간경화로 진행하여 내과적 치료로 조절되지 않으면 간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입니다.
요약
간경화는 만성 간 손상으로 정상 간 조직이 섬유 조직으로 변하는 질환으로, 보상성 단계에서는 증상이 거의 없지만 비보상성 단계로 진행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이 발생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만성 B형 간염과 C형 간염, 알코올성 간 질환이 주요 원인이며, 초기 증상으로는 피로감과 소화불량, 식욕 부진,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나지만 매우 비특이적입니다. 간경화가 상당히 진행되면 황달과 복수, 식도 정맥류 출혈, 간성뇌증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며, 간세포암 발생 위험도 크게 증가합니다. 치료는 원인 질환에 따라 다르며, B형 간염은 항바이러스제 평생 복용, C형 간염은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로 완치, 알코올성은 절대 금주가 필수입니다. 복수는 저염식과 이뇨제로 관리하고, 식도 정맥류는 베타차단제와 내시경 치료로 예방하며, 간성뇌증은 락툴로스와 리팍시민으로 치료합니다. 충분한 열량과 단백질 섭취, 규칙적인 운동, 간 독성 약물 금지가 중요하며, 정기 검진으로 합병증과 간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